우리은행 직원 600억 횡령…시중은행마저 감시망 '구멍'

입력 2022-04-28 17:36   수정 2022-04-29 01:46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이 6년에 걸쳐 개인 계좌로 돈을 빼돌렸는데도 우리은행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자금 관리 체계가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의 내부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억원 개인 계좌로 빼돌려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를 통해 기업개선부 직원 A씨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수백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A씨는 전날 오전부터 사무실 자리를 비우고 잠적했다가 오후 10시30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찾아가 자수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A씨가 빼돌린 자금에는 이란 민간 투자자인 다야니 가문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에 지급한 계약금 578억원 중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은 투자확약서 불충분, 매매 대금 관련 이견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이후 다야니 측이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계약 해지 책임을 물어 이를 거부했다. A씨는 이때 다야니 측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 관리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이번 사건의 원인은 미비한 내부 감시체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이 무산되면서 몰취한 계약금은 우리은행이 아니라 다른 은행 계좌에 유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금이 다른 은행에 예치된 데다 채권자들의 동의 없이 함부로 계좌를 추적하기 어려워 그동안 우리은행 내부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A씨가 계약금을 관리하면서 통장과 도장을 혼자 보유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선 상급자는 도장을, 하급자는 통장을 관리한다. 상호 감시체계를 만들어 직원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에는 이 장치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 직원이 특정 부서에서 장기 근속하게 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업개선부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도산 위기에 몰리는 기업이 급증하면서 급격히 규모가 커졌다. 이후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조직 규모는 다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기업개선부를 오랜 기간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 중심으로 채웠다는 게 은행권의 지적이다. A씨도 2010년대 중반 다른 부서로 잠시 옮겼다가 다시 기업개선부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난관 부딪힌 우리은행장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금액이) 적지 않은 금액이며 은행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취임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첫 난관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2005년 조흥은행에서 발생한 400억원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뒤 행장 등 임직원 20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우리은행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례적인 대규모 횡령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자금을 빼돌린 방법, 횡령 액수 등 간단한 사건 발생 개요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박상용/김대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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